살인자의 기억법, TVN 알쓸신잡으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가 산문으로 돌아왔다. 책을 출간할 무렵 KBS '대화의 희열'이란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패널로 나온 그의 동료의 말에 따르면, 막지 않으면 폭주 기관차처럼 계속해서 토크를 이어나간다고 했다. 그러니 오늘은 내가 김영하 작가를 제재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아 떨어졌는지, 대화의 희열 김영하 편은 좀처럼 보기 힘든 2회차가 편성됐다. 여행의 이유란 책 이야기도 있지만, 김영하 자체의 삶을 이야기 했다. 아마도 여행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내가 애용하고 있는 북커버이다. 오른쪽 위를 보면 김영하 그림이라고 적혀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통해 본인만의 여행 습관을 제시했다. 바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이 북커버 그림이 그것이다. 캐나다에서 그렸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습관이 있는데, 그것은 녹음을 하는 것이다. 대화의 희열에서는 유럽 지하철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런 그가 처음 여행한 계기는 무엇일까?
여행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이유로 김영하 작가는 중국으로 떠났다. 당시 대학생 운동권이었던 그는 모종의 이유로 중국을 가게 된다. 왜냐하면 아직 그때는 소위 말하는 따거들이 중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를 겪은지 얼마 안된 시기였기 때문에 김영하 작가는 이곳에서 뭔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시를 뚫고 입성한 베이징 대학의 어느 기숙사에는 미제 물건이 가득했다.
이 이후 책이 당선되어 얻은 상금으로 유럽을 갔다. 자의로 간 첫 번째 여행이다. 이 이후부터 현재까지 김영하 작가는 계속 여행을 해오고 있다. 한 가지 독특한 경험도 가진채 말이다. 대부분 여행이라하면 갈 곳이 있고 갈 곳이 있으면 돌아올 곳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난 김영하 작가에게 여행은 돌아올 곳이 없는 여행이었다.
당시 아내와 같이 살던 집을 팔고 김영하 작가는 미국으로 떠났다. 어차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터이니 집을 판 것이었다. 호기롭게 미국에 갔으나 하고자 할 일이 잘 되지 않았고 몇 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갈곳이 없는 채로. 내가 들은 여행 이야기 중 가장 독특했다. 그래서 책을 읽은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기억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여행을 여행으로만 바라봤다는 것이다. 위 사진과 같이 대한민국에서 여행이란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는 이런 허영심에 굴하지 않았고 29살이 될때까지 해외를 가지 않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심지를 곧게 세울수는 없었고 29살에 처음 해외를 갔다. 그렇게 코로나 이전까지 2~3번 더 해외를 갔지만 특별히 여행을 왜 가야하는지 여행에서 뭘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렇듯 나는 여행을 단순하게 바라봤는데, 김영하 작가 또한 여행의 이유에서 나와 비슷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특히 호캉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많은 공감을 했다. 집을 단순히 떠나는 것도 여행이다라고. 그리고 책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여행에 미쳐야 한다. 여행을 꼭 가야한다는 말은 없다. 그저 본인이 여행을 떠난 이유,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 등을 말 그대로 산문으로 풀어냈다. 유명한 이야기꾼인 김영하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금방 시간이 흘렀고 책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호평에도 불구하고 비블리앱을 통해 3.5점의 점수를 주었다. 본인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초반 몇몇 내용과 중간중간 임팩트있는 이야기만 기억에 남았다.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 전달하고하는 핵심은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길이 끊겼다. 그나마 목적지 없는 비행 등으로 잠깐이나마 한국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영하가 말했듯, 그리고 우리 모두가 느꼈듯이 집을 떠나는 것 자체가 여행이다. 여러분은 이번주 여행 계획 있으신가요?
'북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유숙자 옮김 민음사 출판사 펴냄 (0) | 2020.10.30 |
---|---|
천명관 장편소설 [고래] 문학동네 출판사 펴냄 (0) | 2020.10.29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 출판사 펴냄 (1) | 2020.10.26 |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11분]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출판사 펴냄 (0) | 2020.10.23 |
김영탁 장편소설 [곰탕] 아르테 출판사 펴냄 (0) | 2020.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