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곰탕집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센스에 감탄했다. 물론 소 뒷걸음치다 얻어걸린격이지만 재밌었다. 영화감독이라는 김영탁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였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만약 영화로 개봉한다면 내가 꼭 첫 번째 관람객이 되리!
김영탁 작가이자 영화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두 편다 차태현 배우가 나오는게 공통적인 특징이고 가족영화같아 보인다. 곰탕도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가족 이야기가 주로 다뤄진다. 그도 그럴것이, 곰탕의 영감을 아버지에게서 받았기 때문이다. 유독 곰탕을 좋아한 아버지를 기리며 40일만에 1,2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호텔에서 제발 청소만 할 수 있게 방문을 열어달라고 한 일화도 있을 정도로 작품에 매달렸다. 히트곡을 보면 대부분 빠르게 그 자리에서 작사작곡이 완료된다. 대표적으로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 그렇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읽는 나도 빠르게 책에 빠져들었다.
첫 장편소설이지만 지루함이 전혀없었다. 700쪽에 다다르는 분량이지만 독서를 시작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내 손에는 베일 정도로 적은 수의 종이만 남아있었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짧은 목차 구성으로 틈틈히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곰탕은 시간여행이 가능한 2063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2063년 부산의 몇몇 시민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왔고 우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2019년 5월이었다. 2063년의 우환은 곰탕집에서 일을 했다. 곰탕집 사장은 우환에게 과거로 가서 곰탕을 배우라고 했다. 어떤 주소가 적힌 쪽지를 주면서. 그래서 2019년 지금 우환은 그 주소지에 적힌 곰탕집에 와있다.
한편, 순희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싸움만이 삶의 낙이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피를 튀기며 정신을 잃은 의문의 사람이 나타났다. 몸 한쪽이 반듯하게 짤린채 말이다.
종인은 우환이 방문한 곰탕집 사장이며 순희의 아버지이다. 우환은 종인에게 곰탕을 배우려했다. 근데 이상하리만치 익숙했다. 종인의 아들 순희를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닮았을까 왜 익숙할까 생각해보니 우환에게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는 고아였고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래도 부모의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그 부모의 이름이 순희, 강희였다. 한 눈에 보기엔 순희가 여자, 강희가 남자일 것 같지만 순희가 남자고 강희가 여자다. 그래서 우환은 기억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부모님을...
시간여행이 가능한 2063년 부산에서 2019년으로 넘어오며 일어난 이야기들을 그린 책이다. 과거가 바뀌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바뀔까? 아니면 조금은 달라도 본질은 유지될것인가? 한 번쯤은 생각한 소재로 책을 썼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소재로 또 글을 썼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학교에서 싸움을 한 순희는 우환의 아버지가 맞다. 즉, 아들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상황인 것이다. 일찍 부모를 여읜 사람이라면 혹은 부모를 여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음생을 믿는다. 왜냐하면 다음생에는 내가 부모가 되어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파 상상으로도 하기 어려운 마음 속 깊은 소망을 김영탁 작가는 책으로 풀어냈다.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면 당신은 시간 여행을 할 것인가? 미래가 변한다고 해도 할 것인가? 요즘 비슷한 내용의 웹툰이 인기를 끈다. 바로 인생존망이다.
전개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미래에 영향을 끼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주인공과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 주변인들이 조금씩 바뀐다. 그럼 결국 미래는 달라지게 되는 것일까?
폭발적인 전개, 미친 흡입력, 가슴을 파고드는 아련함, 나는 이 책에게 5점의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읽은 책 중 단연 베스트다. 5년 동안 200여 권의 책을 읽어가는 요즘 높아지는 눈 때문에 마무리까지 완벽한 책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곰탕은 달랐다. 곰탕의 영화화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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