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책방

A씨 이야기

A씨의 파란만장 이야기-6 카톡지옥 불신지옥

띵동이야기 2020. 10. 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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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생일이었다. 생일을 맞이해 휴가를 썼다. 다행히 연차를 사용하는 것에 눈치를 주는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연락이 안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받을 수 있다. 급한 일이거나 내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이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것이 휴가 중이어도 말이다. 그렇지만, A씨가 나에게 연락한 건 참 어이가 없었다.

 

 A씨는 팀장이다. 당신 회사의 팀장 나이는 몇 살인가? 40대? 50대? 혹은 30대? A씨는 30대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팀장을 달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공공기관인데, 썩고 고인 물에 비해 빨리 팀장 자리를 꿰찬 편이다. 공공기관은 40대 중반은 되어야 팀장 자리를 탐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설립된지 이제 10년이 갓 넘었고 세상에 알려진 것도 몇 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래서 지금 회사의 팀장들은 대부분 실무형이다. 본인이 직접 기안문도 올릴 줄 알고 기획서도 쓰며 기본적인 행정업무를 다 한다. 이제 업무와의 고리가 끝났다며 모든 걸 내팽겨치는 관리형 팀장과는 다르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30대 실무형 팀장이 50대 관리형 팀장처럼 행동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요.

 

 

 나는 분명 A씨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로 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라면 무조건 다운받지 않는가? 내가 보냈다고 말했고 메일 수신한 것을 A씨 자리에서 함께 확인했다. 대용량 메일인것도 봤다. 하지만 A씨는 그냥 넘겼다. 바빠서? 메일이 많이와서? 다 핑계다. 왜냐하면, 그렇게 바쁘고 메일이 많이 오는 와중에도 우리가 듣기 싫은 그의 이야기를 목청껏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정말 바쁜게 눈에 보이고 정신없는게 눈에 보였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9개월 동안 본 그의 모습은 분주함과 거리가 있었다.

 

 전화를 씹었다.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근데 계속 신경이 쓰여 내가 먼저 전화했다. 전화 내용은 위와 같았다. 대용량 메일이라 다운로드 기한이 지났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는 변명이다. 첫 직장을 다닐때 어린 나이에 1급 부장 자리를 꿰찬 사람이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1급이란 주로 정부기관 낙하산들이 중용되는 자리다. 혹은 개국공신들이나 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하지만 그 부장은 40대 초반에 1급을 달았다. 그와 1년 정도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래야 1급을 어린나이에 달 수 있구나 싶은 업무 능력을 보여줬다.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 있었다. 항상 메모를 했고 업무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했다. 두 번 보지 않기 위해 직원이 어떤 업무를 하면 뒤에서 같이 보면서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말해줬다. 물론 그때 생각은 부장이 뒤에서 보니까 부담스럽고 짜증났는데, 어떤 일이든 한 번에 하기 어렵다는 것을 점차 알게되면서 그렇게 신경써주는게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일을 잘할거면 아예 잘하고 못할거면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A씨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새로운 빌런 B씨를 소개했으나 역시 원조맛집은 원조이다. 바쁘면 바쁠수록 그의 어리숙함이 드러난다. 회사 특성상 주요 업무는 팀 업무가 아닌 개별 업무 위주로 하게 된다. A씨는 개별 업무만 해온 사람이고 나는 팀 업무만 해온 사람이다. 팀장이어도 내가 보는 것만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그의 말이 귓가를 스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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