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A씨 이야기를 쓰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A씨를 싫어한다. 처음엔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겪어온 많은 팀장 중에 제일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본인도 휴가를 자주썼고 마찬가지로 직원들 휴가 쓰는 것에 딴지를 걸지 않았다. 허울없는 팀장이었다. 하지만 팀장은 팀장이어야 했다. 꼰대 같을지도 모르는 발언일수도 있고 어느덧 꼰대스러움에 적응한 발언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 A씨의 행동이 눈치 없다고 생각한다.
6편의 이야기를 쓰며 A씨가 참 입이 가볍다는 걸 느꼈다. 그저 전에 겪은 팀장보다 나은 사람이라며 애써 자위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단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단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입이 가볍고 말이 많다. 팀장이란 자리는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관 연혁이 짧고 성장 중이라 3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팀장을 달았다. A씨는 사실상 대리~과장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내 바로 윗 선임이라면 같이 이야기하고 가끔 상사 뒷담까기는 좋은 사람일지 모르겠으나, 팀장의 자리에는 맞지 않다. 벌써부터 일을 놓아버린 느낌이다. 앞으로 남을 30여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낼지 앞날이 어두워 보이기만 하다. 물론 내 걱정부터 해야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그의 수다가 늘어갈때면 나도 모르게 블로그를 연다. 오늘은 아직 조용한 편이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말수가 적다. 이렇게 조용함을 간직한 하루가 지속되길 바란다.
말이 많은 사람 중에 남 이야기도 잘 듣는 사람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굳이 찾자면 유재석님이 있을테지만 그는 신이기 때문에 예외이다. A씨는 남 얘기를 잘 안 듣는다. 안 듣는것도 문제지만 본인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주식, 집, 정치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말을 잘 안 섞는다. 그래서 나랑은 상극이다. 한 번은 둘만 남은 적이 있었다. 차 안이었는데, 10분정도 이야기를 했다. A씨가 말이 많은 걸 약간 돌려까며(?) 이야기 했지만 못 알아 들은듯 했다. 그냥 내 친구 관련 이야기였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A씨가 말이 많고 주변에 친구도 많은 것 같아서 이야기 한다고 했다. 그렇게 내 친구, A씨 친구 얘기를 하며 가는데 전혀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느꼈다. 가벼운 느낌으로 싫다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느낀 시발점이 이 시점이었다.
팀에서는 나만 제일 조용하다. 회사 내 분위기가 식사를 개별적으로 하는 분위기라 나도 도시락을 싸서 혼자 먹는다. 그런데 나 이외의 사람들은 밥을 종종 같이 먹는다. A씨는 약속이 많아 주로 팀원 이외에 다른 사람과 먹는다. 일주일에 한 번 팀 식사를 하는데, 나름 사회생활하려고 말을 조금 하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점차 말을 줄여야겠다고 느낀다. 일 이외에 말을 섞으며 관계를 쌓기에는 내가 너무 낯짝이 두꺼워졌고 상대를 더 이상 순수하게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아직 사회의 띵동과 현실의 띵동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난 항상 뒤에 가려진 표정을 짓는다. 나도 언젠가 앞에서 웃을 수 있을때 A씨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를 이해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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