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사무실 곳곳을 찢어놓은 이야기를 쓰다보니 A씨를 너무 안좋은 사람으로 그린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신과함께를 보면 이런 대사가 있다.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다"
A씨도 그런 사람인걸까? 맞다. 대화를 해보면 나쁜 사람도 아니고 전화 통화 내용도 대부분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다만 의도하지 않은 그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하게 다가올뿐이다. 그는 팀장이다. 그래서 대부분 업무를 지시한다. 하지만 직접 일도 한다. 그리고 결재를 하고 책임을 진다. 인간적이고 잘해준다. 회사 일이나 회사 외적인 고민도 잘 들어준다. 정말 너무 말이 많아서 조금 정을 주려고 하면 금방 떨어져나가서 문제지만.
한 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요구자료가 왔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간단한 것이었다. 10분이면 할만한 그런 일이었다. A씨가 팀원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며 일을 시켰다.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렇게 심성은 착한데, 일을 시키자마자 바로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궁금하지 않은 그의 사생활을 나는 또 듣게 되었다. 아무 일도 안하면서 그의 사생활을 듣는 나도 화나는데, 일을 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하는 직원의 마음은 어땠을까?
출근할때 항상 신경쓰는것이있다. 바로 A씨가 통화를 하고 있냐 없냐이다. 열에 일곱은 통화를 하고 있고 일곱에 다섯은 사적인 통화다. 아침부터 A씨가 통화를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안좋다. 시끄럽고 무엇보다 그가 너무 편하게 통화하기 때문에 사투리를 쓴다는 점이다. 서울에만 살았던 나는 사투리가 들리면 싸우는것처럼 들린다. 뭔가 어색하다. 싫은 것은 아닌데 어색하고 억양이 높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집중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이어폰을 꽂는다. 원래 이어폰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회사에서는 꼭 쓴다. A씨 때문에. 이러다 재즈 중독자가 될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반차를 써서 없다. 이어폰도 오늘은 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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