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책방

A씨 이야기

A씨의 파란만장 이야기-3 난 내 삶의 주인공이야

띵동이야기 2020. 10. 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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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계약직이다. 정규직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계약이 연장될지 아닐지는 다른 계약직보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예측한다. 물론 나의 삶이라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정규직으로서 계약직을 채용하고 업무를 부탁하기도 했다. 업무와 관련해 차년도 예산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의 처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굳이 A씨가 쩌렁쩌렁 떠들지 않아도 말이다.

 

 공공기관은 사기업과 달리 금년도에 차년도 예산을 논의한다. 즉, 2021년 예산을 2020년에 논의하는 것이다. 대부분 연초에 진행한다. 연초에 진행해도 예산안 확정은 연말이다. A씨는 연말까지 예산 얘기를 열심히 할 것이다. 오늘도 했으니까 말이다. 근데 문제는 1년 계약직인 내가 있음에도 채용문제를 자기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도 그동안의 짬밥이 있으니 대충 눈치채겠지만 자리에서 대놓고 하니 기가찰 노릇이다.

 

 나도 준비했다. 이 회사 정규직 채용을 준비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어점수가 필요했다. 난 영어를 제일 못한다. 핑계이긴 하겠지만 다른 팀일은 힘들다. 민원과 싸워야하는데, 그 민원의 강도가 굉장히 전문적이다. 들어주고 달래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변호사와 함께 온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기업을 상대하는 B2B다. 그래서 어느정도 마음에 안정이 든다. 만약 회사에서 원하는 영어점수를 얻고 이를 통해 입사지원하고 필기와 면접을 통과해 정규직이 된다고해도 불안한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계약직이 언젠가 다가올 계약만료시점이 두렵다면 정규직은 당장 오늘이 두렵다.

 

 잡생각이 많아지니 공부도 안됐다. 가뜩이나 못하는 영어라 더 힘들었다. 다른 곳 이직을 준비했다. 하지만 총 경력이 4년 안 된 상황에서 4번째 회사는 무리였다. 서류가 붙기는 했어도 더 높은 곳까지 오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며 존버 정신에 돌입했다. 업무는 여유로우니 남는 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가 나의 미래를 나와 상의없이 떠들어댈때 나는 언젠가 이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과 책상,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준비한다. 아마도 내년까지 이 회사에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A씨와 함께하고 싶다. 나에게 항상 자극을 주는 그의 랩핑을 들으며 더 많은 자격증과 더 많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싶다. 앞으로도 직원 복지를 위해 더 크게 떠들어달라고 말하는 그날이 올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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